'700억 횡령' 우리은행도 금감원도 몰랐다

입력 2022-07-26 17:18   수정 2022-08-03 15:12

금융감독원이 우리은행에서 터진 거액의 횡령 사고에 대한 검사 결과를 26일 발표했다. 우리은행 직원이 빼돌린 돈은 당초 알려진 614억원보다 약 83억원 많은 697억3000만원으로 조사됐다. 금감원은 이번 사고가 직원 개인의 일탈로 벌어졌다는 점을 확인하면서도 우리은행의 내부통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우리은행은 물론 사건과 관계된 임직원에 대한 엄중한 제재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횡령 사고의 전말은
금감원은 우리은행 본점 기업개선부 직원 A씨가 2016년 6월부터 2020년 6월까지 8년간 여덟 차례에 걸쳐 697억3000만원을 횡령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금감원은 지난 4월 28일부터 지난달 말까지 2개월 이상 우리은행에 대한 검사를 벌였다.

검사 결과에 따르면 A씨는 2012년 6월 우리은행이 보유했던 B사의 출자전환 주식 42만9493주(당시 시가 23억5000만원)를 팀장이 공석일 때 일회용 비밀번호 생성기(OTP)를 도용해 무단 결재한 뒤 인출했다. 2012년 10월부터 2018년 6월까지는 우리은행이 관리 중이던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 계약금 614억5000만원을 직인을 도용해 출금하거나 공·사문서를 위조해 세 차례에 걸쳐 횡령했다. 2014년 8월부터 2020년 6월까지는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천공장 매각 계약금 등 59억3000만원을 출금 요청 허위 공문을 발송해 4회에 걸쳐 빼돌렸다.

횡령액의 3분의 2가량은 A씨 동생의 증권 계좌로 흘러 들어가 주식과 선물옵션 투자에 쓰인 것으로 추정됐다. 나머지는 친인척 사업 자금 등으로 사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적나라하게 드러난 내부통제 허점
이번 검사에서 우리은행 내부통제의 허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리은행은 A씨가 기업개선부에서 10년 이상 같은 기업을 담당하도록 했다. 그러면서도 A씨를 명령 휴가 대상에 단 한 차례도 포함하지 않았다.

A씨가 외부기관에 파견간다고 허위 보고하고, 2019년 10월부터 13개월간 무단결근을 했는데도 우리은행은 최근까지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 A씨는 이 기간 9000만원을 빼돌리고, 주식 부동산 등에 투자하며 사실상 개인사업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통장과 직인 관리자가 분리되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목됐다. A씨가 정식 결재 없이 직인을 도용해 횡령할 수 있었던 이유다. 여덟 차례 횡령 중 네 차례는 A씨가 결재받았으나 모두 수기 결재 문서여서 진위를 확인할 수 없었다.

우리은행은 A씨가 만든 가짜 출금 전표와 대외 발송 공문의 내용이 결재 문서 내용과 다른데도 이를 알아채지 못했다. 출자전환 주식의 출고 신청자와 결재 OTP 관리자도 분리하지 않았다. A씨는 이를 동시에 담당했기 때문에 무단 인출할 수 있었다.
금감원 책임론도 불거져
금감원은 법률 검토를 거쳐 A씨와 관련 임직원 등에게 내릴 조치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준수 금감원 부원장은 “이번 사고의 관련자는 팀장, 부서장이 될 수 있고 임원, 행장, 지주 회장까지 갈 수도 있다”며 “법적 검토가 끝나야 관련자 범위를 확정할 수 있다”고 했다.

감독기관인 금감원에 대한 ‘책임론’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이 부원장은 “우리은행에 여러 차례 검사를 나갔지만 횡령 사고를 적발하지 못해 아쉽다”며 “금감원의 검사는 건전성 등 전반적인 것을 보기 때문에 개별 건에 대한 적발은 검사로는 한계가 있다”고 해명했다.

금감원은 금융위원회와 함께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내부통제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경영실태 평가 때 사고 예방 내부통제에 대한 평가 비중을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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